취미 리뷰/시와 글

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- 백석

zophobia 2024. 11. 6. 21:26
728x90



가난한 내가
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
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


나타샤를 사랑은 하고
눈은 푹푹 내리고
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
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
나타샤와 나는
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
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
눈은 푹푹 내리고
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
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
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
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
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


눈은 푹푹 내리고
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
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

728x90

'취미 리뷰 > 시와 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삶 - 황인숙  (0) 2024.11.06
시 - 박목월  (1) 2024.11.06
먼 후일 - 김소월  (0) 2024.11.06
점성술이 없는 밤 - 이장욱  (2) 2024.11.06
오래된 서적 - 기형도  (1) 2024.11.06