취미 리뷰/시와 글

기억의 자리 - 나희덕

zophobia 2024. 11. 8. 00:4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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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

다시 돌아올까 봐

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

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

 

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

 

 

 

눈부신 것도

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

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

길의 어귀마다 여름꽃이 피어난다

 

키를 달리하여

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

시든 꽃잎이 그만

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

 

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, 빨리....

기억의 자리마다

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

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...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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