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느 날 나그네가 내게 왔다. 마분지 날개를 달아매 주었다. 해바라기 꺾어들고 노래 부르며 난바다를 헤맸다. 캄캄한 밤 울음으로 빛나는 야경, 그 속의 키 작은 사람들을 보았다. 산동네 얼음 언 계단을 흰 꽃 토하며 오르내리던 가파른 목숨들을. 광막한 우주에 한 점 노래가 퍼지는 겨울이 가고, 별이 다시 꽃으로 내려와 앉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다시 겨울이 가고, 나는 노래에 걸신들려 떠도는 조그만 제비였는제 나그네는 가뭇없이 떠나고...... 얼마나 걸어야 이 무궁(無窮)의 길은 그칠까. 얼마나 더 걸어야 발이 사라지고 별이 될까 누리알 차갑게 튀는 길을 걷다가 문득 옛집에 이르러 애끊음이여. 지붕은 무너지고 아무도 없는 방에 그것이 있었다. 눈도 없고 다리도 없이 이상하게 처연한 몸부림으로. ..